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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국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무도 모를거야. 본문
아샤님과 같이 합작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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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무도 모를거야.
w.로렌
“김대리, 커피 좀 가져다주시죠”
“...저 말이십니까?”
“그럼, 김대리님이 당신말고 누가 있죠?”
이러한 이유로 태형은 지금 자기보다 2살 어린 팀장의 커피심부름을 하러 카페로 가고 있다. 입맛은 또 믹스커피는 안된다며 원두로 간 아메리카노로 가져오라질 않나...내가 3년동안 꼬박 고생해서 대리씩이나 됐는데 인턴들이나 하는 커피심부름을 해야하나...씨발...전정국 개새끼..
나보다 두 살어린 30살 전정국은 미국 지사에서 훌륭한 업적을 세워서 인재로 유명했는데 한국 본사의 회장님께서 아들을 이제 후계자를 물려준다고 1달전부터 팀장자리부터 차근차근 올라오게 하려고 이 회사에 불렀다고 한다. 회장님 아들에 멘사 회원, 5개국어에 잘생겼어, 몸매좋아. 다 가졌지만 그는 한가지를 갖지 못했다. 그건 인격. 싸가지가 X도 없다. 씨....회장아들이라서 낙하산주제에...물론 실력은 좋지만...그래도...못됐어. 전정국
이렇게 전정국을 마음속으로 곱씹으며 아메리카노를 사가 팀장실로 들어가서 대령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갔는데도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말도 없어서 난 어쩔 줄 몰라 멀뚱멀뚱하게 서있다가 책상에 은근슬쩍 커피를 놓고 가려고 했다. 그 때 전정국은 고개를 들어 날 불렀다.
“김대리”
“..ㄴ..네?”
“저번에 말했던 자료는 다했습니까?”
“...음...아 오늘 안으로 끝납니다!”
“그럼 다되는 즉시 가져오세요”
나는 해맑게 네 하고 팀장실을 나왔다. 전정국이 온 이후로 야근은 끊이질 않아서 피곤했는데 오늘은 일을 더 안주는거 보니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거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가서 느긋하게 쉬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신난 발걸음으로 자리에 돌아가자 옆에 나랑 입사동기인 박지민 대리가 무슨 신난 일있냐며 물어본다. 난 오늘은 야근을 안할거 같다고 좋아하자 지민이도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좋겠네 라며 자기랑 저녁먹자고 하길래 좋다며 너가 사주는거냐고 애교부렸더니 사준다고한다. 저녁도 얻어먹고 일찍 퇴근하고 오늘은 운이 좋네!
이제 퇴근시간이 다가와 모두가 슬슬 가방을 싸고 준비를 한다. 나도 슬슬 가방을 싸고 팀장님이 먼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아직 아무도 퇴근 안하셨네요. 퇴근들 하세요”
“예,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직 팀장님이 퇴근안했는데 쿨하게 먼저 퇴근하겠다는 우리 민차장님. 역시 저 성격은 어딜 안가는구만...나도 이 서류만 주고 퇴근해야지.
“팀장님, 저 이 자료...”
“아 김대리, 그 자료 이거랑 합쳐서 다시 새로 만들어오세요.”
“....네?”
“오늘도 야근이네요. 김대리”
나는 그저 멍한채 팀장님이 주는 종이 뭉치들을 받고 넋을 넣고 있었더니 지민이가 내 어깨를 치면서 어쩔 수 없네...다음에 저녁 먹자며 내일 보자고 하고 떠나버렸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전정국을 욕하고 있었고 남은 사람은 팀장실에 있는 개새끼랑 나 한 명 뿐이다. 진짜 서러워 죽겠네. 왜 저 팀장은 나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내가 뭐 실수 했나? 아닌데...
"팀장님, 야근 좀 빼주시죠?"
"안됩니다"
도저히 억울해서 못참겠다 싶어 팀장실에 쳐들어가 야근을 빼달라고 항의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된다는 것 밖에 없다. 팀장님은 그런 날 잠시 보더니 코트를 들고 입으면서 걸어오더니 나보고 따라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간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일단 따라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까 팀장님은 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나가려고요? 라고 흘겨봐서 내가 외투를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닫고 외투를 입고 나갔다. 그리고 주차장까지 가서 팀장님이 차에 타더니 나보고 왜 멍하니 있냐며 옆에 타라고 한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옆에 타서 물어보았다.
"저, 팀장님 저희 지금 어디로...."
"저녁 먹으러 갑니다"
"...네?"
"저녁을 사주면 야근을 불평없이 하지 않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김대리"
아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님이랑 단 둘이 밥먹다가 체할 일 있냐고...아이고 두야 하며 난 머리를 부여잡았다. 오늘 야근은 더 피곤하겠다 싶어서 눈 좀 감고 등받이에 기대었다. 팀장님은 그냥 묵묵히 운전을 하며 갔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싶었을 때 팀장님이 도착했다며 주차를 한다. 나는 부스스 일어나 머리를 정리하고 내려서 간판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이 팀장은 진짜 또라이라는 생각이였다. 원래 보통 회사 사람에게 레스토랑을 오나? 것두 남자한테...? 나는 고급스런 도련님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일단 입장부터가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 왜냐하면 딱 봐도 비쌀것 같은 외풍이였기 때문이다. 팀장님이 아무렇지 않게 날 이끌고 들어가서 능숙하게 A코스를 주문 시키는데 은근슬쩍 가격을 보았는데 역시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나는 속으로 어떻게 이런 빚을 지게 만들어서 일을 열심히 하게 하냐고 이 나쁜 악덕 팀장 같으니라고, 마음껏 속으로 씹고 나는 물을 들이켰다.
"김대리, 가격은 생각하지 말고 먹어요. 공짜 아니니까. 일 열심히 하라고 사주는거에요."
그러니까 일 열심히 해야겠죠? 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진짜 저딴 말만 아니면 뻑가는 심쿵미소인데 존나 저런말이니까 극혐인 미소로 보여지는 이유는 뭐지...코스대로 요리가 나오고 팀장님이랑 단 둘이 이런 코스 요리를 먹으려니 존나 어색하다. 차근차근 코스요리가 나오는대로 다먹고 메인 요리인 고기가 나왔을 때 맛있는 음식 앞에서 내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인지. 팀장님이 앞에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도 고기가 좋습니까?"
"크...크흠...뭐, 고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답니까?"
"제가 본 모습중에 제일 행복해하는 모습이네요"
내가 그정도로 속도 없이 웃었나, 라고 반성하며 고기를 차근차근 먹었다. 생각보다 어색할거라 생각했지만 걱정했던거 보다 음식이 나오니까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던것 같다. 하지만 거슬리는건 하나있다. 자꾸 앞에서 이상한 표정으로 웃으며 내가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팀장님이다. 나는 고기를 먹다가 사례가 들려 물을 먹고 왜 그렇게 바라보냐고 했더니 웃으며 강아지처럼 먹는다고 한다. 저 뜻은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라 개새끼같이 먹는다는 거겠지..씨발 오기라도 더 꾸역꾸역 먹어줄거야. 그 때부터 나는 더 열성적으로 먹었다.
배불리 먹고 팀장님이 회사까지 데려다주시고 나는 회사안으로 들어가고 팀장님은 집에 가셨다, 아직 이른시간이지만 해가 빨리져서 어두웠다. 빨리 끝내고 퇴근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다하고 나니까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였다. 내가 파일을 저장해놓고 컴퓨터를 끄고 외투를 입고 가방을 챙길 때 뭔가 밖에 누가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밖에 누구 있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잘못 본건가 싶어 불끄고 퇴근해서 바로 집으로 가 씻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에 꾸역꾸역일어나 씻고 출근해서 어제 야근한 서류를 팀장님에게 던졌다.
"김대리, 서류를 주는 방법이 참 예술이군"
"팀장님도 팀원 괴롭히는 방법이 참 예술이십니다"
"뭐 별것도 아닌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으며 서류를 받아들어 꼼꼼히 살피더니 통과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백 당할줄 알았지만 바로 통과라길래 깜짝 놀라 으에? 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나는 당황하며 팀장님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었고 팀장님은 오히려 무슨일 있는건 김대리 아니냐며 내 정신상태를 지적했다. 서류를 뺏어 확인해보니 어제 내가 했던거랑 달랐다. 그 때 느낀 인기척인 그 사람이 한건가...근데 더 좋아졌어...왜 그런거지?
"설마 팀장님 입니까?"
"뭐가 말이지, 김대리?"
"아...아닙니다. 전 그럼 가보겠습니다"
설마 저런 얼굴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거겠어? 생긴건 순두부같이 생겨가지고 귀엽네. 나 지금 뭐래? 전정국이 귀엽다고 한거야?
아무래도 잠을 덜 잤나. 왜 이러지. 미쳤나, 저 싸가지 없는 전정국이 귀여워 보일리가 없잖아. 팀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있으니 지민이가 오늘은 더 혼난거냐면서 왜 정신을 못차리냐며 날 흔든다. 그에 정신을 차리고 지민이에게 물어봤다.
"팀장님, 생긴거 어때...?'
"..팀장님? 잘생기셨지"
"그리고?"
"...그리고?....음...귀여우시지?"
"저게 뭐가 귀여워, 내가 더 귀엽겠구만"
아니나다를까 지민이도 전정국이 귀엽다고 한다. 다행이 내 눈이 잘못된건 아니라는걸 깨달았지만 뭔가 기분이 나쁨에 내가 더 귀엽다고 성질을 부리고 자리에 돌아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큰 일을 끝내서 그런지 가벼운 일밖에 없어 좀 쉬고 하려고 직원 탕비실에 들어가 커피를 타서 의자에 앉아서 마시고 있는데 민차장님이 들어오신다. 그래서 내가 벌떡 일어나 커피 타드릴까요? 라고 물었지만 됐다고 쉬라며 자기가 하겠다고 하셨다. 민차장님도 귀차니즘이 쩌시는 분이지만 남에게 싸가지 없게는 하지 않으신다. 이게 바로 전정국과 다른 리더쉽이겠지. 좀 쉬고 나가니 팀장님과 딱 마주쳤다. 그리고 씩 웃더니 전체에게 말한다.
"저 오고나서 회식을 못했네요. 환영회 겸 회식으로 오늘 괜찮으신가요?"
"어머~ 좋아요!"
"그러게 전팀장님 환영회를 못했네요!! 오늘 좋은데요?"
여자 사원들은 좋다며 아양을 떨었고 민차장님은 나오자마자 칼퇴근을 못하는 회식이라는 소식을 접하자 절망에 빠져 숨쉬러간다고 옥상으로 갔다. 구름 연기를 숨쉬려나...나도 한번 숨쉬러가봐야하나...인생이 착잡하다...야근한 다음날이 회식이라니 절망적인 스케줄에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리고 팀장님이 날 보며 꼭 오라고 하고 팀장실로 들어갔다. 나 진짜 찍혔나봐....내가 뭘 어쨌다구....
역시 회사의 회식장소는 삼겹살집이다. 나는 일단 최대한 팀장 옆에서 떨어지게 끝으로 갔다. 거기서 자리잡아 옆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쯤 팀장님이 오셨고 팀장님은 비워놓은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는 민차장님이 불쾌하다는듯이 앉아있었고 전팀장님 추종자 여자들이 앉아있었다. 팀장님이 앉더니 나랑 눈이 마주치고 나는 눈을 피했지만 이미 늦은것 같았다.
"김대리? 왜 거기있어요. 이리와요"
"...네?...저요?"
"네, 김태형 대리. 그쪽이요"
민차장님은 고기를 구우며 뭔가 잘못걸려도 제대로 잘못걸렸다며 나에게 쯧쯧쯧을 하고 고기를 굽는다. 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이동한다. 하지만 앉을자리가 없는거 같아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전팀장이 좀 옆으로 가줘서 바로 옆에 붙어서 앉게 됐다. 진짜 절망적일 수가 없다. 회식자리에서 가장 피해야할 자리가 팀장님 옆인데...내가 바로 그거잖아. 흐엉엉
나는 민차장님이 구워다 내 그릇에 놓아준 고기를 눈물과 함께 씹어서 먹으니 아니나 다를까 술이 등장을 했고 다들 건배라며 짠을 한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다음날 해장이 꼭 필요한 타입이라서 술을 잘 안먹는데 이번엔 피할 수 없겠지 하며 짠을 하고 먹었다. 여자사원들이 팀장님에게 술을 잔에 따라주며 덩다라 옆에 있는 나까지 술을 먹어야 했을 때 팀장님이 사원들을 말렸다.
"내일도 야근해야하는데 안마셔도 됩니다"
"....네?...야근이요?"
"네, 당연하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술을 쳐먹는 저 모습을 보자니 내 안에서 화가 끓어오른다. 고깃집에서 1차는 마무리 되고 사람들이 2차 가자는 말에 민차장님과 나는 빠질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근데 그걸 어떻게 또 본건지 팀장님이 민차장님이랑 김대리는 벌써 가려고? 라는 말을 해서 사람들이 2차까지만 가자고 끌고가서 어쩔 수 없이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여자사원들이끼리 마이크싸움을 하고 있었고 나는 앞에 놓인 사이다나 먹으면서 구경했다. 그렇게 팀장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무대는 끝나고 아무도 할 사람이 없어졌을 때 누군가 옆에서 날 쳤다.
"김대리, 노래 한 곡 해봐"
"아...전 노래는 별로...."
"상사의 말인데...거절하는건가?"
씨발, 니가 상사는 무슨. 나이도 나보다 어린게. 하지만 실제로 이런 말을 뱉었다가는 내 직장생활은 오늘로 끝이 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내가 노래방가서 자주 부르는 발라드 '안아줘'를 불렀더니 다들 반응이 없었다. 역시 신나는 노래를 불렀어야했나....그렇게 어수선하게 2차가 마무리 되고 팀장님의 말에 다들 흩어지게 되었다. 나는 술을 한 잔 밖에 안마셔서 팀장님 차를 내가 운전하게 되었다. 재벌이라 그런가 차도 겁나게 좋았다.
"김태형씨는 왜 그렇게 생겼어요?"
"...허...네?"
"왜 이렇게 생겼냐고"
"진짜 팀장이라고 다 받아주니까 미쳤나..."
"....."
얘길 하다가 갑자기 곯아 떨어진 것 같다.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코 밑에 손가락을 갖다대어보니 숨이 느껴졌고 자는 얼굴을 자세히 보려 가까이 다가갔을 때 갑자기 팀장님이 눈을 확 떴다. 우리 얼굴 사이의 거리는 무척이나 가까웠고 너무 놀래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입에 말캉한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생각할 수 없게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뭔지 모를 기분에 그냥 모텔이나 호텔에 던져버리자는 마음으로 가까운 곳을 찾아가 팀장님 카드로 계산하고 방 안까지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발로 한 번 차고 나왔다.
팀장님을 데려다주고 나는 집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워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뽀뽀였다는걸 깨닫고 침대에서 방방 뛰고 이불킥을 했다. 내가 전정국이랑 뽀뽀를 할리가....근데 짜증나게 왜 설렌거냐고, 짜증나. 전정국.
다행이 어제 팀장님 덕분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해장을 하지 않았어도 됐지만 팀장님은 거하게 마신것 같았는데, 생긴거랑 똑같게 술을 잘 못먹는구나. 조금 귀엽다. 성격은 졸라 지랄맞은데 생긴 것 만큼은 정말 귀엽다. 원래 귀여운걸 좋아해서 그런지 팀장님 얼굴은 내 이상형이였다. 하지만 팀장님은 동성애자가 아니겠지. 갑자기 이렇게 느끼니까 슬프다.
"김대리, 어제 뭐...집에 잘 들어갔습니까?"
"네...뭐 잘 들어갔습니다"
"혹시 말입니다. 내가 실수한거 있습니까?"
직원 탕비실에서 나 혼자 어제 일을 상상하며 웃고 있어서 누가 들어오는지도 몰랐다. 근데 팀장님이 내 앞에 있어서 놀랐지만 최대한 담담한 척 대답했다. 자신이 실수한게 있냐고 묻는걸 보아하니 어제 그 일을 저질러놓고 기억이 안나는 것 같았다. 정작 당사자는 필름이 끊겼는데 나혼자 설레발을 치고 이불킥을 하고 그런건가. 남은 기억안나는데 내가 헛소리 해봤자 저 사람이 날 오히려 이상하게 보겠지.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담담하게 대답하려 했지만 내 몸은 제어가 되지 않는거였는지 삐진 말투와 행동으로 누가봐도 나 삐졌어요 라는 걸 티내고 있었다. 팀장님은 머리를 매만지며 아무튼 김대리, 무슨 일이 있었든 다 잊어요. 하고 나가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다는 말이지? 이럴거면 술주정을 하질 말던가 왜 뽀뽀를 해서 사람 마음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꼭 내가 전정국을 좋아하는거 같잖아.
그렇게 우울하게 땅끝을 파고들어가게 생각을 하던 중 민차장님이 급하게 들어와서 나를 부른다.
"김대리, 내일 나 대신 외국 바이어 미팅 좀 나가주라"
"네? 저 그런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아 근데 내일은 애인 생일이라서...안그래도 요새 잘 못만나서 내일까지 못만나면 헤어질지도 몰라"
"....."
"부탁하네 김대리, 응? 맛있는거 사줄게"
평소 냉철하고 항상 느긋한 민차장님이 나에게 이런식으로 부탁하는건 처음이고 이런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였다. 역시 민차장님 애인은 민차장님을 꽉 잡고 계시구나, 칼퇴근 하던 것도 애인 때문일거야! 맛있는거 사주다는 말에 알겠다고 하고 오늘부터 미팅을 위한 준비를 했다. 일단 민차장님이 주신 자료를 보고 상대를 알아가고 이 미팅에서 합의해야하는 것들과 계약, 조건 등등을 외웠다.
드디어 오늘, 바이어 미팅이 있는 날. 미팅 준비를 하느라 밤을 좀 샜다. 내 영어가 구려서 미팅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안고 회사에 출근해 미팅 약속시간이 점심시간이 되자 더욱 더 떨리게 되면서 기운을 받자고 민차장님의 손을 부여잡고 덜덜덜 떨었다. 민차장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떠냐며, 별거 아니라고 실패해도 된다고 내 어깨를 다독여주며 격려를 해주었다.
미팅 약속 시간도 10분 빨리 먼저가 레스토랑에 앉아있었다. 뭔가 나 바이어에요 하는 외국인이 들어와서 나에게 KV컴퍼니가 맞냐고 묻는다. 난 그렇다고 하고 내 명함을 내밀었고 상대방의 명함도 받고 메뉴를 주문시키고 이야기는 술술 잘 풀려나갔다. 거래 성사는 순조롭게 될 듯 싶었으나 뭔가 자꾸 이 사람이 나를 더듬는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래도 설마라는 심정으로 내 착각이라고 믿고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더니 점점 이게 더 농밀해져갔다. 아까는 등을 쓸었다면 지금은 엉덩이를 조물조물 하고있었다. 기분은 점차 드러워져서 표정관리가 안되어갔지만 이건 지금 내 개인문제가 아닌 회사문제였고 이 미팅으로 인해 거래가 잘못되면 혼나는건 내가 아닌 민차장님이라는 사실이 걸려서 반항을 못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팀장님"
"저희 회사 사원에게 무슨 짓입니까"
"....저....전 괜찮아요"
"김대리도 미쳤다고 이 사람이 그 쪽 몸을 더듬는데 가만히 있습니까?"
"...."
"바보입니까?"
언제부터 이 레스토랑에 있는거였는지 언제부터 이런 상황을 본건지 내 손을 잡고 일으키고 외국 바이어에게 화를 내며 물을 뿌리고 무례하게 대하자 바이어가 거래는 없던걸로 합시다. 라고 하자 팀장님이 우리도 당신네 같은 사람이랑 거래하기 불쾌하네요. 하고 날 끌고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나는 미팅 거래를 실패했다는 죄책감과 나의 무능함이 너무 슬펐고 팀장님이 하는 말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고였다.
"....나라고 화 안나는거 아니에요. 근데 이건 내 개인의 일이 아니니까, 우리 회사 일이니까. 너무 싫고 짜증나고 기분 더러운데! 회사 이미지 안좋아질까봐 참았는데....뭔데 팀장님이 끼어들어요, 왜 이 미팅을 개판으로 만들어놔요."
"....."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할 줄 아는게 없던데 아니나다를까 회사에 중요한 거래도 망치고 온다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잘 하려고 했는데....멋지게 거래 성사 하려고 했는데......팀장님이 다 망쳐버렸잖아요"
"....."
"팀장님이 뭔데, 팀장님이 뭔데 이래요!"
여태껏 쌓아온 설움이 폭발하고 앞에 팀장님이고 뭐고 너무 속상해서 팀장님에게 소리치고 화내며 울분을 토했다. 이런거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은거였지만 날 도와준 애꿎은 팀장님에게 화를 냈지만 팀장님은 아무 말 없이 내 말을 다 들어주고 내 말이 끝나자 나를 안아주었다.
"미안해요"
"...."
"김대리한테 그렇게 큰 의미인줄 몰랐어요"
"...."
"근데요, 김대리. 나 김대리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요"
(정국시점)
미국 지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한국 본사에 들어와 처음부터 팀장자리를 맡게 되었다. 아무리 외국에서 유능한 인재였다고 한들 30살의 젊은 나이에 팀장자리를 맡게 된다면 좋게봐줄 이가 누가 있을까. 라는 걱정을 안고 회사에 왔는데 엘레베이터를 타고 문을 닫으려고 할 때 누군가 멀리서 잠시만요 하면서 뛰어오는게 보여 문을 열고 기다려주니 감사하며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초코찐빵 같은 얼굴이였다.
"어 저랑 같이 내리시네요! 근데 얼굴은 처음보는데?"
"....아..오늘 처음 왔습니다"
"아 그렇구나! 인턴이신가? 음...그런 소리는 못들었는데"
내 얼굴을 빤히 보는 눈빛에 얼굴이 빨개질 것만 같았고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허스키한게 너무 매력적이였다. 그리고 말하면서 손짓과 몸짓이 너무 귀여웠고 하나하나 사진으로 다 찍어두고 싶었다. 어느새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둘이 같이 내려서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 사람은 해맑게 태태 출근했어요 라며 노란머리인 사람에게 가서 애교를 부렸다. 노란 머리인 사람은 그 사람을 대충 밀쳐내고 나한테 가까이와서 미국에서 오신 전정국 팀장님이 맞냐고 묻길래 맞다고 했다.
"반갑습니다. 전 민윤기 차장입니다"
"헐! 대박 팀장님이셨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다 자기소개를 하고 그 사람의 나이와 이름을 기억하며 팀장실에 앉아 귀엽게 웃는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첫 눈에 반했지만 나는 팀장이였고 그 사람은 대리라는 지위의 차이가 있어서 표현을 못할 걸 깨닫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을 매일 야근 시켜서 몰래 뒤에서 훔쳐보고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옆에 박대리와 웃으며 얘길하는걸 지켜보고 꾸벅꾸벅 조는거와 휴게실에 가서 몰래 자고 있으면 담요를 덮어주었다.
언젠간 김태형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 순간이 지금인 것 같다.
"나 김태형씨 좋아합니다"
"....장난치지 마세요. 저 장난 칠 기분 아니란..."
"장난아닙니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 고민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
"놀라셨겠죠, 지금 당장 대답을 바라는건 아닙니다. 생각이 정리되면 말해주세요"
김대리의 동공지진을 보니 당장은 무리일 것 같아 내가 회사에는 잘 말할터이니 집에가서 쉬라고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는 회사에 나와 민차장을 팀장실로 불러서 오늘 있던 외국기업과의 관계는 아예 끊어버리라고 했다. 민차장은 기기 찬 듯한 표정을 짓긴했지만 금방 알겠다고 하고 나갔다. 나는 끝내 오늘 고백한것을 후회하진 않는가. 생각을 하며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더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설마 사직서를 내진 않겠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많아지자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해서 빨리 누워서 잤다.
눈을 뜨니 다음날 새벽이였고 평소보다 더 꾸미고 출근했다. 다른 사원들과 같이 인사를 할 때 파묻혀서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지 않는 김대리만 보였고 나는 애써 괜찮은척 인사를 받아주고 팀장실로 들어와 후회를 했다. 차라리 끝까지 말하지 말걸. 끝까지 그 사람이 몰랐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너는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무도 모를거야.
그 이후 마주치면 김대리는 계속 날 피했고 내 얼굴을 한 번도 봐주질 않았다. 나는 대답하기도 싫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아무 일도 없는 척을 해주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쉬운 일이 아닌지라 씁쓸한건 어쩔 수 없어 아는 형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이 형은 저번에 그 레스토랑에서 나랑 같이 밥 먹다가 내가 미팅을 개판으로 엎는 바람에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김태형을 좋아한다는걸 알고있다. 나는 주량이 소주 한병이지만 취하고 싶은 마음에 두병을 먹고 있었다. 앞에서 남준이형은 바보같은 놈이라고 혀를 차다가 내 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활걸더니 자기 짐을 챙기고 계산을 하고 나갔다. 나는 남은 술을 더 마시면서 김태형이 더 생각나서 울고 싶어졌다.
"진짜 이게 뭐하는거에요"
"....어....김대리..."
"하....진짜...술도 못마시면서"
"....."
진짜 일까 하는 마음에 한 방울 진짜라는거에 두 방울 내 걱정을 해준다는거에 세 방울,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김대리는 평소 내 싸가지 없는 모습만 보다가 우는 모습을 처음보니까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며 내 눈물을 닦아준다. 나는 그 손길에 더 눈물을 흘렸고 흡...끄윽...끅 하는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팀장님, 저번에 말하셨던거요"
"안니야....하지마...요..."
"....술먹더니 애기가 다 되었네요"
"...끄읍....흐....안니야"
술에 취해 내 혀는 꼬여 발음이 잘 안되었고 내 앞에 있는 김대리는 점점 두명으로 세명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 순간 김대리의 얼굴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었고 김대리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입술이 김대리의 입술로 포개어졌다. 나도 눈을 감고 김대리의 입술을 포개었다. 너무 좋아서 그런건지 너무 놀라서 그런건지 술이 확 깨버렸다.
"대답은 충분히 됐죠?"
"....하...그런거같네요"
"내가 그렇게 좋았어요?"
"...허"
"눈물 콧물 다 흘릴만큼?"
이제 상사인 내가 무섭지 않은건지 웃으면서 자기가 그렇게 좋았냐고 물어본다. 진지한 분위기는 1도 모르는 사람 덕분에 로맨틱은 날라가버려
렸네, 근데 뭐 귀여운거 같기도 하네.
일주일후, 우리는 김대리의 의사대로 비밀로 연애하고 있는중이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김대리가 자료를 들고 팀장실로 들어왔고 나는 그 자료를 보고 김대리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김대리 다시 고쳐오세요. 이딴걸 자료라고 만들어옵니까?"
"지랄, 이게 뭐 어때서"
"김대리 얼굴 같네요"
"그럼 최상급 자료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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